{Critic}가벼운 하강을 위한 육중한 날갯짓


갤러리도스 큐레이터 김치현

쾌락을 통한 강한 쾌감은 대개 배덕을 유발한다. 유흥을 갖기 위해서는 생산적인 행위가 필요하지만 소모하는 즐거움은 빠르고 간편하다. 쾌를 탐하는 행동은 어떠한 형태이든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에 시작 단계에서는 약간의 주저와 고민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는 걸음을 느리게 하는 족쇄가 아닌 달콤한 추진력으로 사람의 마음에 연료를 채운다. 그 다음 단계를 향해 박차고 나가려면 확신 가득한 사랑처럼 대단한 힘이 필요할 수 있지만 작은 기대감이나 눈먼 용기로 충분하다. 고아빈은 지역과 문화를 막론하고 주류 종교 교리에 공통적으로 포함된 관계에 대한 애착과 공존하는 성적 쾌락에 대한 억압에서 지배의 논리와 작은 개인의 충돌을 바라본다.

성욕과 생식기능은 선택의 여지없이 모든 존재에게 부여된 힘이다. 하지만 그 자체를 일생의 목표로 살아가며 자연을 채우는 다른 생물과 다르게 인간은 스스로 능력을 억압하는 규칙을 적극적으로 따르고 보상을 기대한다. 고아빈의 작품 역시 기존에 존재하는 종교화에 등장하는 양식이라는 시각적 규칙을 치밀하게 지키며 그 세계 안에 등장하는 사물의 상황과 행위를 변형하여 일탈을 보여준다. 연꽃잎을 포함하여 작품 중앙부에 거대하게 등장하는 짐승의 피부를 이루고 있는 비늘처럼 복잡하게 얽힌 그물형상은 틈이 많음에도 헤어 나오기 힘든 짙은 욕망처럼 화면을 가득 채우듯 그려져 있다. 대지의 피부처럼 들판을 뒤덮고 있는 꽃잎은 끝이 구부러진 형상으로 끌 수 없는 화염의 모습인 동시에 거세게 굽이치는 파도의 모습이기도 하다. 바람에 세차게 흘러가는 구름의 형상은 생물들이 뒹굴고 있는 지상은 물론 흩날리는 꽃가루처럼 하늘을 자욱하게 뒤덮고 있다. 새하얀 물방울과 공기는 티 없이 깨끗한 느낌을 주기보다는 절정에 달해 뿜어져 나온 인간의 체액을 연상케 한다. 그 굴곡 사이에서 나체로 살아가는 이들의 얼굴은 선악과를 먹고 수치를 깨우친 현자의 표정인 동시에 계산이 관여 할 수 없는 원초적인 쾌감에 젖은 눅진한 만족이 새겨져 있다.

삼면화의 양식을 빌린 작품의 중앙에 존재하는 절대자의 모습에서는 불화의 모습도 떠오른다. 구름이 지니고 있는 복잡한 굴곡의 형태는 쾌락의 마찰이 만들어낸 하얀 거품처럼 증식하며 인물에 불꽃처럼 엉겨붙어있다. 핏빛으로 물든 붉은 하늘을 배경으로 가스를 뿜어내고 있는 화산은 성서에 등장하는 재앙의 모습인 동시에 분출이라는 키워드로 작품 전반에 걸친 욕망이라는 이야기를 더욱 치밀하게 뒷받침한다. 들판을 구르고 내달리는 변형된 신체들의 기괴한 행위는 단테의 신곡에서 묘사되는 지옥의 모습인 동시에 업보에 짓이겨지고 있는 염라의 세계이다.

고아빈이 그려낸 쾌락의 정원에서는 규칙과 계급에 묶이지 않은 순진무구한 존재들이 거리낌 없이 서로를 탐하며 입 맞추고 있다. 악의 없이 베푼 본능적인 애착에는 의도와 관계없이 생겨나는 상처로 인해 가학적이고 피학적인 쾌감과 고통이 공존한다. 남성과 여성에게 부여된 각기 다른 두 가지 색을 지닌 액체가 뒤섞이며 동굴에 흐르는 습기처럼 웅덩이와 종유석을 형성한다. 생명의 힘이 넘쳐흐르는 무아지경의 광경이지만 피비린내 자욱한 전쟁터의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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